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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7일

IE5와 싸우던 개발자들은 왜 다시 강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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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5와 싸우던 개발자들은 왜 다시 강해졌나

 

2002년쯤이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웹마스터 학원”이라는 간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웹개발자는 지금 처럼 세분화된 직군이 아니었다.

그냥 다 해야 했다.

 

HTML 만들고, JavaScript 붙이고, ASP나 PHP로 서버 만들고, DB 설계하고, 서버 세팅하고, FTP로 업로드하고, 장애 나면 새벽에 직접 서버를 다시 올렸다.

디자인만 디자이너가 하고, 나머지는 전부 웹마스터의 몫이었다.

 

지금 개발자들에게는 상상이 잘 안 갈 수도 있다.

그 시절엔 구글도 지금 같지 않았고, 스택오버플로우도 없었고, GPT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막히면 어떻게 했냐고?

 

교보문고에 갔다.

두꺼운 빨간색 프로그래밍 책을 펼쳐서 예제 코드를 찾아보고,
그걸 메모장에 한 줄씩 따라 치면서 왜 IE5에서 안 되는지 밤새 씨름했다.

 

당시 프론트엔드는 지금보다 훨씬 원시적이었다. 브라우저마다 동작이 달랐고, 조금만 복잡한 UI를 만들면 레이아웃이 무너졌다.

document.all 이 동작하면 document.getElementById 가 안 먹고, CSS는 브라우저마다 다르게 렌더링됐다.

개발자는 코드만 짜는 사람이 아니라 브라우저와 협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시대가 바뀌기 시작했다. Prototype.js 와 jQuery 같은 도구들이 등장했고, 웹 개발은 점점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프론트엔드는 프론트엔드대로, 백엔드는 백엔드대로 전문화되었다.

React를 하는 사람, API 서버만 만드는 사람, DB 최적화만 하는 사람, 인프라만 관리하는 사람이 나뉘었다.

 

산업은 훨씬 커졌고, 개발 생산성도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동시에 사라진 것도 있었다.

 

“전체를 이해하는 개발자” 

 

예전 웹마스터들은 원해서 올라운더였던 게 아니다.
살아남으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했다.

 

브라우저가 왜 이렇게 동작하는지, HTTP 요청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세션과 쿠키가 왜 필요한지, DB 인덱스가 왜 느려지는지. 모르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상한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AI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AI가 개발자를 더 세분화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 방향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 사람이 다시 전체를 다루기 시작했다.

 

기획하고, 화면 만들고, API 생성하고, 배포하고, 운영하고,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AI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AI는 코드를 대신 작성해준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왜 이 구조가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강해지는 사람들은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개발자들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그 감각을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IE5와 싸우던 개발자들이다. 그들은 원래부터 브라우저,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경험을 한 덩어리로 바라보던 사람들이었다.

AI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그런 사람들에게 유리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한동안 지나치게 역할을 잘게 나눠왔다.

하지만 AI는 그 경계를 다시 연결하고 있다.

 

작은 팀이 큰 제품을 만들고, 혼자서 SaaS를 운영하고, 빠르게 실험하고 배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특정 기술 하나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를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풀스택 개발자”의 시대가 아니라,

다시 “웹마스터”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웹마스터의 약점

 

웹마스터 출신 개발자들의 강점은 분명하다.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영역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다. 서비스와 제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도 지금의 AI 시대와 잘 맞는 면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약점도 존재한다.

 

과거의 웹마스터들은 살아남기 위해 여러 영역을 동시에 다뤄야 했다. 네트워크도 어느 정도 알아야 했고, 데이터베이스도 다뤄야 했으며, JavaScript와 서버 프로그래밍, 심지어는 디자인 감각까지 필요했다.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다.

 

문제는 시대가 변하면서 각 분야 자체가 엄청난 깊이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인프라는 단순한 서버 운영 수준을 넘어 Kubernetes 기반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대규모 분산 시스템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AI 시대에는 GPU 인프라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보안 체계까지 전문적인 수준의 이해가 요구된다. 이제는 “조금 아는 수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웹마스터형 개발자는 때때로 애매한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 여러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고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깊이 있는 전문가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결국 “다 아는 것 같지만 깊게 파고든 분야는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위험도 존재한다.

 

또 다른 약점은 과거 방식에 대한 익숙함이다.

경험이 많은 개발자일수록 자신만의 방식과 성공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다. 문제는 그 경험이 때로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신 기술 흐름을 과소평가하거나, 자동화를 불신하거나,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에는 전부 손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어느 순간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개발 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이제는 얼마나 완벽하게 직접 구현하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실험하고 개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속도가 경쟁력이 되었고, 자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 되었으며,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생산성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과거 웹마스터들의 생존력은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변화하지 않으면 관성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방식 자체가 아니라, 전체를 연결해서 이해하는 사고방식이다. 여기에 현대적인 협업 방식과 자동화, 그리고 AI 활용 능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과거 웹마스터의 경험은 다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큰 약점도 있다.

 

 

바로 “개발자”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개발자들은 기술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좋은 코드를 만들고, 멋진 구조를 설계하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익히는 것에 집중했다. 실제로 그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자본은 냉정하게 움직이며, 사람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이동한다. 제품은 기술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마케팅, 브랜딩, 사용자 심리, 영업, 운영, 속도, 타이밍 같은 요소들이 함께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개발자들은 여전히 “좋은 제품을 만들면 언젠가 알아봐주겠지”라는 감각 안에 머물러 있다. 마치 기술만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과 연결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시대에는 기술을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실제 가치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어쩌면 AI 시대에 살아남는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잘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 사용자와 비즈니스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예전 웹마스터들이 가졌던 감각과도 어딘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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